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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정이현의 달콤한 나의 도시 中

 

지금의 나에 대해서도 먼 훗날 돌아보면 풋, 웃음을 터뜨릴 수 있을까. 자신은 없지만, 넘어지지 않기 위해, 부서져 산산조각나지 않기 위해, 조심조심 두리번거리며 나아가야 한다. 박살나지 않기. 새해 목표치고는 조금 애처롭다.

도시의 방이란 무엇일까. 시골마을에서는 이웃에 가려면 언덕을 넘고 개울을 건너야 한다. 그러나 도시의 방과 방 사이, 집과 집 사이는 다닥다닥 붙어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타인과의 물리적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불편하다며 늘 투덜거리곤 한다. 타인과 가까이 있어 더 외로운 느낌을 아느냐고 강변한다. 그래서일까. 그들은 언제나 나를 외롭지 않게 만들어줄 나만의 사람, 여기 내가 있음을 알아봐주고 나지막이 내 이름을 불러줄 사람을 갈구한다. 사랑은 종종 그렇게 시작된다. 그가 내 곁에 온 순간 새로운 고독이 시작되는 그 지독한 아이러니도 모르고서 말이다.

- 3부 위태로운 거리 中 -

내가 한 발자국 전진하면 그의 딱딱한 등짝도 그만큼 멀어졌다. 등은 연기(演技)하지 않는다. 타인의 등을 본다는 행위는 눈을 마주 보는 것과는 다르다. 그건 어쩌면 그 사람 내면의 더욱 깊은 곳을 훔쳐보는 순간이다. 이 순간, 나는 이 남자의 무엇을 훔쳐볼 수 있을까?

나는 무기력하게 친구들의 언쟁을 듣기만 했다. 나는 그녀들의 어깨를 토닥여줄 수도 있고, 함께 눈물 흘려줄 수도 있었다. 어깨를 흔들며 정신 차리라고 할 수도 있었다. 그러지 않는 까닭은 그녀들의 고독한 의지를 믿기 때문이다. 행동의 근원이 되는 힘. 한 땀 한 땀 외롭게 꿰매어가는.

- 5부 연인들의 비밀 中 -

불을 끄고 침대 위에 홀로 누워, '자다'라는 동사에 몇 가지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지 헤아려보았다. 어쩌면 '자다'라는 말은 동사가 아니라 형용사인지도 모른다. 무엇인가의 움직임이나 작용, 행동을 나타내는 말이 아니라, 성질이나 상태 그리고 존재와 감정을 나타내는 말. 자다, 혹은 함께 잠이 들다.

-7부 그림자 도시 中 -

겹겹의 심연에 잠겨 나는 텅 빈 허공을 맨발로 걷는다.

- 8부 거의 모든 사랑의 법칙 -

by 가현 | 2007/09/18 20:28 |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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