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2월 03일
지금도 달의 토끼는 계수나무 밑에서 떡방아를 찧고 있다.
‘누가 이건 꿈이라고 말해줘!’
시우는 편지 한 통을 손에 들고 속으로 절규했다. 답장이 올 수 없는 편지에 답장이 와버린 것이다. 시우가 편지를 보낸 곳은 우주, 그러니까 우주시 은하계구 월동으로 보낸 편지에 답장이 와버린 것이다.
발단은 이렇다. 시우는 이제 막 24살이 된 책을 좋아하는 평범한 대학생이다. 그는 얼마 전에 한 소설을 읽고는 달에 미쳐있었다. 그래서 자신도 여자 주인공처럼 편지를 보낼 생각을 한 것이다.
그렇다. 사실 시작은 시우의 장난기였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워져서 일탈의 의미로 보낸 편지에 답장이 와버린 것이다.
설마 정말로 우주시 은하계구 월동이라는 주소 있을까? 물론 우편번호는 쓰지 않았다. 우체국에 도착하더라도 미친놈이 쓴 편지 취급을 받아 쓰레기통으로 직행 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답장이라니!
시우는 정말로 외계인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공상에 빠져들었다. 아니면, 정말 달에 토끼가 살고 있는 것일까?
어쨌든 지금은 편지를 뜯어보자.
안녕하세요?
이 편지를 받고 당황할 그대를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놀라지 마세요.
저는 달에 살고 있는 토끼를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월동에 편지를 보낸 당신에게 달에 살고 있는 토끼에 대해 알려주고자 답장을 보냅니다.
제가 아직 어렸을때에 전 달에 살고 있는 토끼를 직접 만났습니다.
그 토끼가 어떻게 달에 살고 있는 토끼라는 것을 알았냐고요?
그 토끼가 저에게 자신은 달에 살고 있는 토끼라고 말을 해주었기 때문이죠.
전 어렸을때에는 달에 토끼가 살면서 떡방아를 찧고 있다는 사실을 믿고 있었거든요.
물론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이 편지를 장난편지나 행운의 편지 같은 것으로 취급하지 않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다음 편지를 기다리겠습니다.
- 달의 토끼를 알고 있는 희수 -
편지는 다음 편지를 기다리겠다는 말을 끝을 맺고 있었다. 시우는 생각에 빠졌다. 이 사람이 미친 것은 아닐까? 아니면, 편지의 내용이 사실일까?
시우가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있을 때 밖에서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바람에 편지에 대한 생각은 접고 말았다.
다음날 아침, 시우는 학교에 가서 친구인 민기에게 물어보았다.
“야, 너 달에 토끼가 살고 있다는 것을 믿냐?”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그런 헛소리냐? 넌 암스트롱도 모르냐? 인간이 달에 갔다온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그런 소리냐?”
“...헛소리...? 정말 헛소리일까?”
“너 아침에 뭐 잘못 먹었냐?”
“......”
시우는 말없이 편지를 민기에게 보여주었다.
“너 이런 헛소리를 믿는거냐?”
“...사실일지도 모르잖아.”
“인간이 달에 다녀온지 벌써 몇십년인데 아직도 이런 소리를 믿다니 너 아직 어린거냐?”
“...하지만...”
“...하지만이고 뭐고, 니가 이런 헛소리를 믿고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냐? 해야할 레포트가 몇 개인데, 이러고 있을 시간 있으면 레포트를 한자라도 더 쓰겠다.”
“...그래도...”
“아! 정말, 헛소리라니까! 가자, 이 엉아가 오늘 점심 사줄게.”
시우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도 못한 채 민기에게 끌려가야만 했다. 하지만 시우의 머리 속에는 편지에 대한 생각만이 가득했다. 자신이 답장을 써야할지도 아직 정하지 못했다. 분명 편지엔 다음 편지를 기다리겠다고 써 있었다. 하지만 시우에게도 이 편지를 믿어야 할지의 문제가 먼저였다. 자신도 알고 있었다. 1969년에 암스트롱 일행이 아폴로 11호로 달 착륙에 성공하고 달에는 어떤 생물도 살지 않는다는 것을 밝혀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분명히 시우가 고민하고 있는 것도 그거다. 지금의 한국 사람들은 토끼가 달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믿고 싶다.
시우는 하루 종일 고민 한 결과로 집에 돌아오자마자 펜을 들었다.
안녕하세요?
편지는 잘 받았습니다.
사실 그 편지를 쓸 때에는 반 장난이었습니다.
우체국에 도착하면 분명히 쓰레기통에 들어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답장이 오다니! 정말로 많이 놀랐습니다.
달에 사는 토끼를 만나보셨다니, 죄송하지만 처음에는 헛소리라고, 웬 미친 사람도 다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친구도 헛소리라고 헛소리가 분명하다고 못을 박더군요.
하지만 전 믿고 싶습니다.
달에 토끼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믿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펜을 들었습니다.
편지에 다음 편지를 기다리겠다고 쓰셨으니 이 편지를 무시하시지는 않으시겠지요?
- 달의 토끼를 믿고 싶은 시우 -
시우는 자신이 쓴 편지를 한 번 더 읽어보고는 우표를 붙이고 주소를 쓴 뒤에 우체통에 넣었다. 그리고는 달의 토끼를 알고 있다는 희수라는 사람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로 했다. 희수라는 이름으로 보아선 여자라고 생각했지만 그 이상은 생각할 수가 없었다. 알고 있는 것은 달의 토끼를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이름, 그것뿐이었다. 사실 시우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자신의 편지를 희수가 보고 쓸 답장을 기다리는 것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편지는 몇 일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점점 역시 희수라는 사람도 장난으로 그런 답장을 보낸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기우라는 듯 일주일 정도가 지나자 시우는 자신의 책상에 놓인 편지를 보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답장이 조금 늦어지게 된 점 죄송합니다.
제가 달의 토끼를 만난 경위부터 설명을 하겠습니다.
전 어렸을 때에 아주 못말리는 장난꾸러기였습니다. 그래서 부모님에게 혼도 많이 났죠.
그때도 제가 친구와 싸워 조금 다투게 되었는데 그만 친구가 상처를 입어 부모님에게 혼이 나 놀이터에서 울고 있었습니다. 부모님이 그 친구의 편을 들어 절 혼내셨기에 부모님이 절 싫어하시는 것이라고 생각한 전 많이 슬퍼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때 제 또래의 남자아이가 울고 있는 저에게 다가오더니 울지 말라고 하더군요. 그때 전 기분이 매우 안 좋았던 상태라 남의 일에 상관하지 말라고 그 남자아이에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러나 그 남자아이는 제가 소리 지른 것은 무시하더니 우리 부모님은 제가 싫어서 절 혼내신 것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전 다시 소리 질렀죠. 아니라고, 우리 부모님은 절 싫어하시는 게 틀림없다고.
그때에는 그 남자아이가 어떻게 그걸 알았는지 몰랐습니다.
전 말해준적도 없는데 그 남자아이는 제 생각을 알고 있다는 듯 그렇게 말했지요.
그 남자아이는 다시 말하더군요. 아니라고, 부모님이 얼마나 절 사랑하시는지 열변을 토하더군요. 전 점점 그 남자아이에게 관심이 갔습니다. 그래서 물었죠. 누구냐고. 그랬더니 그 남자아이는 자신이 달에 사는 토끼라고 말하더군요.
그 당시에 전 달에 토끼가 살고 있으며, 떡방아를 찧고 있다고 믿던 아이였습니다. 그리고 항상 잠자리에 들기 전에 달을 보며 토끼에게 말을 걸곤 했습니다.
그래서 전 또 물었죠. 토끼인데 왜 사람이냐고요. 그랬더니 그 남자아이는 저와 이야기를 하기 위해 모습을 바꾸었다고 말을 했습니다. 토끼의 모습으로는 저하고 이야기를 할 수 없다는 말도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믿지 않는 눈치이자 제가 밤마다 토끼에게 해 준 이야기들을 저에게 들려주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전 그 남자아이가 달에 사는 토끼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이야기들은 저와 달에 사는 토끼밖에 모르는 이야기들이었거든요.
그 남자아이는 저에게 이것저것을 말해주었습니다. 달에는 자신 밖에 없어서 많이 심심하다고 말이죠. 그래서 종종 지구에 내려와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구경한다고요. 하지만 지구에 내려오려면 시간을 잘 맞혀야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달에 있을 때 제가 밤마다 이야기를 들려주어서 밤을 기다린다고도 말해주었습니다. 또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절 만나고 싶어서 내려왔다고 했습니다. 전 그 남자아이의 말을 정말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그 남자아이는 이제 자신은 가야한다고 말하더군요. 저희 부모님들이 절 찾으러 오실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그때 놀이터 반대편에서 부모님들이 절 부르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부모님의 음성에 답을 보내고나자 그 남자아이는 저에게 작별인사로 저의 뺨에 뽀뽀를 해주었습니다. 그리고서는 있던 곳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전 그 남자아이가 진짜로 달의 사는 토끼라는 것을 믿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것이 제가 달에 사는 토끼를 알게 된 경위입니다.
이제는 당신도 달의 토끼를 믿겠지요?
- 달의 토끼의 친구 희수 -
이제 시우는 달의 토끼보다도 희수라는 사람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바로 펜을 들었다.
안녕하세요?
답장 잘 받았습니다.
정말 달에 사는 토끼가 만났었다니, 저도 한 번 만나보고 싶어졌습니다.
또한 당신에 대해서도 알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제 편지를 어떻게 보셨는지가 궁금합니다.
그럼, 답장을 기다리겠습니다.
- 달의 토끼와 친구가 되고 싶은 시우 -
시우는 편지를 보낸 뒤에 희수에 대해서 생각을 했다. 시우는 희수라는 사람을 만나보고 싶어졌다. 또한 달의 토끼도... 이런 생각을 끝으로 잠이 들었다.
일주일동안 시우는 학교 일에 바빴다. 시험 기간이었으며, 레포트도 양이 방대했다. 하지만 달의 토끼와 희수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가끔 생각을 했다.
시험기간이 끝나고 조금 한가해지자 시우가 기다리던 답장이 왔다.
안녕하세요?
저의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 잘 안 믿거든요.
전 지금 22살로 C대의 항공과에 재학 중입니다.
제가 직접 달의 토끼를 찾아보기 위해 항공과를 선택해 열심히 공부 중입니다.
당신의 편지는 제가 우체국에서 자원봉사자를 하던 도중에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우체국에 있는 직원에게 물어보았더니 어차피 버릴 것이니 가져가도 좋다고 허락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 편지에 답장을 보내게 된 것입니다.
그럼, 다음 편지에선 당신에 대해서 말해줄 것이라고 기대해도 되나요?
- 달의 토끼를 찾는 중인 희수 -
시우는 답장을 받고 놀랐다. 희수가 다니고 있다는 C대에 자신도 다니고 있는 것이다. 다만 과가 달랐지만 같은 학교라는 사실에 더욱 놀랐다. 시우는 펜을 들고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답장은 잘 받았습니다.
C대의 항공과시라고요? 정말 놀랐습니다.
저도 C대를 다니고 있고, 건축학과에 재학 중입니다.
그럼, 학교에서 몇 번 마주친적도 있을 것 같네요.
저희들 달의 토끼가 이어준 인연일까요?
한번 만나보고 싶습니다.
그럼, 다음 편지를 기다리겠습니다.
- 달의 토끼에게 고마워하고 있는 시우 -
시우가 편지를 보낸지 몇 일후에 기다리던 답장이 왔다.
안녕하세요?
편지 잘 받았습니다.
절 만나보고 싶으시다고요?
저도 시우씨가 만나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럼, 이번주 금요일 오후3시에 학교 도서관 앞에 있는 벤치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때 전 하늘색 니트를 입고 책을 보고 있을테니 찾기 쉬울겁니다.
그럼, 금요일에 뵙겠습니다.
- 당신의 친구 희수 -
시우는 편지를 보고 가슴이 뛰었다. 이 인연이 시우에게는 달의 토끼가 자신을 잊지 않아준 지구인에게 주는 선물 같았다.
- 사실 이 글은 2006년 12월인가, 2007년 1월인가에 써놓았던 글이다.
그 때 이외수씨의 장외인간을 읽고 달에 미쳐서 한 번에 쭈욱 써내려갔던 글이지만,
역시나 부족한 것들이 눈에 마구 들어온다.
그때의 영향으로 지금도 난 달을 좋아한다.
이젠 문학 동아리에도 가입했으니 습작들을 써 볼 생각이다.
# by | 2008/02/03 23:10 | 다락(습작) | 트랙백 | 덧글(4)






달의 토끼를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
하지만 달에 토끼가 살고 있다는 것은 믿어요!
뒷 편의 이야기는 언젠가 쓰지 않을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