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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을 거꾸로 읽으면 살자가 된다.

 
 자살을 거꾸로 읽으면 살자가 된다.


 “띠리리~ 지금 봉화산 봉화산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손님 여러분께서는 한걸음 뒤로 물러나 주십시오.”

 희우는 오늘도 지하철역에서 선로를 내려다보며 여러 가지 생각들로 가득한 머리 속을 정리하고 있었다. 방세가 밀렸다며 자신에게 방세를 재촉하는 주인 아주머니, 오빠가 사고를 쳤다며 합의금을 요구하는 엄마, 자신에게 불륜을 요구하는 사장님, 자신을 괴롭게 하는 사람들을 좋게 생각하는 것은 무척이나 힘겨운 일이었다. 요즘같이 힘겨운 날들을 보내고 있는 자신에겐 더욱 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희우는 그들이 아무리 자신을 채근하고 힘들게 하여도 밝은 얼굴로 그들을 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도 전같이 밝게 웃을 수가 없다. 더 이상 밝게 웃을 수 없다는 것이 요즘의 희우에겐 더욱 힘겨운 일이 되고 있었다.

 조금만 자신에게 자신을 위한 시간이 있었다면 지금의 상황까진 오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희우에겐 자신을 위한 시간이 조금도 없었다. 언제나 반복되는 일상. 또한 자신에게 주어진 여러 가지 책임들. 그것들을 잠시라도 내려놓을 틈이 없었던 것이다.

 물론 자신도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보다도 꿈이 많은 사람이었다.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사람은 무엇이든지 열정적으로 한다고 하는데 희우가 그러했다.

 희우는 아무리 힘들어도 밝게 웃는 얼굴로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희우는 어떤가. 몇일 전에 1년 전에 알고 지내던 사람을 우연히 만났는데 그 사람이 희우의 얼굴을 보더니 무슨 일 있었냐고 물었다. 그만큼 희우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진 거겠지. 그 사람을 만난 후 희우는 더욱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대로라면 자신이 우울증에 걸리는 것은 금방이라는 것을.

 자신에게는 탈출구가 절실하다. 무슨 일이든 자신을 위한 일이 필요하다. 자신에겐 변화가 필요하다. 그것은 알지만, 선뜻 행동으로 옮기기가 어려운 것이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휴식이다. 잠시의 휴식이 아니라 긴 휴식. 자신이 만족하고 다시 웃을 수 있을 정도의 휴식.

 지하철이 들어오는 그 짧은 시간동안 희우는 마음을 정했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핸드폰을 열고 회사 번호는 눌렀다.

 “안녕하세요. 저 희우인데요. 감기가 너무 심해서 오늘 출근 못할 것 같아요.”

로 시작하여 몇 번의 말이 오가고 병가를 냈다. 그리고는 핸드폰의 전원을 꺼버리고 가방 속에 던져놓았다. 오늘 하루 동안은 핸드폰을 다시 꺼내들진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자 희우는 가슴 속이 조금은 뚫린 것 같았다.

 한 대의 지하철을 보내 버린 희우는 다음 지하철이 오기를 차분히 기다렸다. 먼저 서울역으로 가리라. 가서 바다로 가는 표를 끊으리라. 당연히 회사는 희우가 없어도 잘 돌아가겠지. 희우가 없어도 세상은 돌아가듯이 말이다.

 지하철이 오자 지하철을 탄 희우는 평소에는 신경도 안 썼던 지하철 안을 둘러보았다. 졸고 있는 아저씨,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있는 학생,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고 있는 20대 중반의 여자, 음악을 들으며 박자를 맞추고 있는 대학생, 칭얼거리는 아이를 달래는 할머니, 신문을 보고 있는 머리가 조금 벗겨진 할아버지 등 다양한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저들도 자신 같이 많은 고민들을 안고 살아가고 있겠지. 그런 생각들을 하자 이상하게 자신에게 힘이 생기는 것 같았다. 자신만이 많은 고민을 안고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비록 하루뿐이지만 자신에게 휴식이 주어졌다는 사실이 기뻤다. 자신이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에 더욱 기쁜 것이다. 오늘 하루를 자신이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자! 고 마음을 정했다. 오늘 하루만큼은 희우 자신만을 위한 일들만 하자고,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것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서울역에 당도한 희우는 기차표를 끊기 위해 지갑을 열었다. 하지만 지갑 안은 그동안 희우가 어떻게 살았는지를 드러내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희우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은행에 가서 돈을 인출했다. 통장의 잔고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통장의 잔고는 희우의 마음과 항상 반비례했기 때문에 오늘 만큼은 통장의 잔고를 잊어버리기로 했다.

 가벼운 마음을 가지고 기차표를 끊은 희우는 기차에서 먹을 도시락과 과자 등을 사 팔 안에 가득 안고 기차에 올랐다. 평일이라 그런지 기차 안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희우에겐 오히려 그 편이 좋았다. 희우만의 놀이를 즐길 수 있기에.

 이윽고 기차가 출발하자 아침으로 사온 도시락을 먹고 차를 마시고 창밖으로 지나가는 평일 오전의 도시를 구경했다.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는 차들. 그리고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평소라면 저 속에 희우도 있었겠지만, 오늘은 희우의 작은 일탈로 인해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구경하는 사람이 되어있다. 그 점이 희우에게 불안하기도 하지만, 오늘만큼은 자신의 일탈을 즐기기로 마음먹었으니 그런 생각은 한 쪽으로 치워놓는다.

 희우의 일탈의 목적지는 바다. 얼마 만에 가보는 바다인지. 바다를 본다는 생각만으로 희우는 가슴이 뛰었다. 밥을 먹으니 솔솔 잠이 오기 시작한다. 그제서야 희우는 자신이 수면부족도 있다는 것을 생각했다. 바다까진 몇 시간을 더 가야하니 조금 자두자. 저쪽 자리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들을 자장가 삼아 희우는 잠이 들었다.

 희우가 깬 것은 기차가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방송이 들리는 중이었다. 잠에서 깬 희우는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에 놀라 한 동안 눈만 깜빡이고 있었다.

 ‘정말 바다다! 정말이야. 정말 바다야!’

 희우는 정말 정신없이 바다에 빠져들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기차 안의 사람들은 거의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기차에서 내린 희우는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 것을 들었다. 벌써 점심 때가 훌쩍 지나있었던 것이다. 그만큼 희우가 피곤했던 것이리라.

 바다에 가기 전에 점심을 먹기 위해 근처 횟집으로 들어갔다. 평일 점심엔 손님이 없는 바다라 주인 아주머니께서 반색을 하며 희우를 맞아주자 희우는 단박에 기분이 좋아졌다.

 어차피 남길 것을 알지만, 그래도 오늘은 호사를 누려보고 싶었다. 그래서 먹고 싶은 것을 잔뜩 시켰다. 그리고 희우는 배를 두드려가며 회와 매운탕을 먹었다. 얼마나 꿀맛인지. 이것보다 맛있는 밥은 다시는 먹지 못 할 것 같았다. 혼자 먹는 밥이지만, 정말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꿀맛이었다. 꿀맛이었던 점심식사를 끝내고 바다로 나갈 채비를 했다.

 바다 쪽으로 걸어가는 희우 앞에 바다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마침내 바다가 제 모습을 온전히 희우 앞에 드러내 보였다.

 바다를 본 희우는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한동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오늘 하루 종일 바다만 바라보고 있어도 질릴 것 같지 않았다.

 바다는 어머니라고 했던가. 희우가 안고 있는 무겁고 무거운 짐들을 내려놓으면 바다가 다 받아주고 위로를 해줄 것 같았다.

 희우는 자신도 모르게 울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웃음이 없어진 요즘은 울지도 못했던 것이다. 마음껏 울어야 웃음도 나오는 법인데 울지도 못했으니 당연히 웃음도 줄어들 수 밖에.

 마음껏 울고 났더니 가슴 속이 시원해진 느낌이었다. 진작 이런 하루를 자신에게 선물 할 것을.

 천천히 모래사장을 걸으며 희우는 바다를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걷는 것이 힘들어졌을 때 모래사장에 앉으려고 하얀 모래들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누군가가 적어놓은 듯 글자가 있었다. 그 글자들은 희미하게 남아있어 희우는 그것을 읽느라 모래사장과 가까운 거리를 유지해야만 했다. 그 글자들은.

 ‘자살을 거꾸로 읽으면 살자가 된다.’ 였다.

 희우는 깜짝 놀랐다. 정말 자살을 거꾸로 읽으면 살자가 된다. 문득 웃음이 났다. 자살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이 글자들이 나에게 살아가라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것 같았다. 너는 아직 더 웃을 수 있다고.

- 아직 퇴고가 많이 필요한 글이다.
10일에 동아리 사이트에 올려야해서 몇 시간만에 쓴 글이라, 퇴고가 정말 많이 필요한 글이라 많이 부끄럽다.
얼른 퇴고를 할 수 있길 바란다.

by 가현 | 2008/02/11 00:59 | 다락(습작) | 트랙백 | 덧글(4)

Commented by D백작 at 2008/02/16 23:45
퇴고 끝나시면 또 올려주세요. 몇 시간만에 쓴 글이 이정도라면, 퇴고가 끝나 다듬어진 글은 더욱 흥미롭겠죠!
Commented by 가현 at 2008/02/22 02:16
에고고- 부끄럽사옵니다. (__)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
Commented by 나무물고기 at 2008/03/03 22:16
군에서 많이 들은 표현.;;
Commented by 가현 at 2008/03/04 19:56
아, 남자 분이신가봐요-

군에서 많이 쓰는 표현이군요,
아, 새로운 정보네요,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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