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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쿠니 가오리의 홀리 가든

 
'아아, 설탕 덩어리가 마적지근한 물 속에서 녹는 것처럼 눈물겹구나.'

'욕실 타일 바닥에 흩어진 알록달록한 조그만 파편들.'

'자신이 현재를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환상이야.'

'뜨거운 샤워는 늘 가호편이다. 무슨 일이 있었어도, 어떤 장소에서도 뜨거운 샤워만 있으면 헤쳐나갈 수 있다. 타인의 말과 손톱자국은 샤워를 하면 깨끗하게 씻겨 내려간다. 하나도 남김없이 흐르는 물에 씻긴다. 그건 그렇고, 어딜가나 호텔 비누는 왜 똑같은 냄새가 나는 것일까.'

'시즈에는 마음속에서 눈을 어렴풋이 뜨고, 자신들이 떨어져 살았던 때의 흐름을 눈부신 무엇을 보듯 바라본다. 그리고 백 년쯤 떨어져 있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시간을 공유할 수 있고, 같은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플레인 오믈렛을 절반씩 나누어 먹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시즈에는 아주 자연스럽게, 지금 이대로 이 사람 곁에서 나이를 먹었으면 하고 생각한다.'

에쿠니 가오리씨의 신간이 나왔을 때,
아아, 봐야하는데- 라고 막연히 생각한 것이
올 설에 외가에 갔더니 사촌동생에게 있는 것이다.
얼마나 반가웠던지,
담박에 빌려와버렸다.

읽으면서-
역시 에쿠니 가오리씨라고,
어쩜 이렇게 달달하고 위험하고 잔잔한
글을 쓸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가호와 나카노, 세리자와와 시즈에.
그리고 코끼리 다리를 가지고 있는 점장.
예쁘고 슬픈 여분의 것들이 모여 있는,
그래서 더욱 예쁘고 더 슬픈,
에쿠니 가오리씨가 말한 여분의 것들은 모두 예쁘다.
그 속에는 내가 생각하지도 못한 여분의 것들도 들어있어,
읽는 내내 여분의 것들의 세계에 빠져
나도 점점 여분의 것들을 좋아하게 되었다.

덧. 난 김남주씨가 번역한 책들을 좋아한다.
보통 내가 좋아하는
번역된 책들을 보면
거의 대부분이 김남주씨가 번역한 책들이다.
홀리 가든,
내 소장하고 싶은 책의 리스트에 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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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현 | 2008/03/07 01:42 | | 트랙백 | 덧글(2)

Commented by 요나스 at 2008/03/07 12:33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에쿠니 가오리 좋아해서 신간 나올때 마다 사서 봐요
작년에 홀리가든 나왔을때 사놓고 아직까지 읽지를 못했어요^^;; 가현님 글을 보니 어서 읽어야겠습니다.
저 구절 너무 좋네요
"어떤 장소에서도 뜨거운 샤워만 있으면 헤쳐나갈 수 있다. 타인의 말과 손톱자국은 샤워를 하면 깨끗하게 씻겨 내려간다. 하나도 남김없이 흐르는 물에 씻긴다." <--이구절요^^
달달하고 위험하고 잔잔한글 이라는 가현님의 표현에 공감해요^^
Commented by 가현 at 2008/03/08 15:43
우오, 에쿠니 가오리씨의 책을 좋아하시는군요!
맞아요, 너무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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