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3월 10일
성과 현민의 이야기 - (1) 시작
성과 현민의 이야기 - (1) 시작
“아악! 성! 이 자식!”
집 안 곳곳에 현민의 소리가 울린다. 또 시작이다. 자신이 도망치고 싶을 때 집 안으로 도망치는 성의 버릇이.
성은 평소에는 활발한 성격인데 사람에게 질리거나 자신에게 자신이 없어졌을 때면 집 안으로 숨어 하루 종일 뒹굴거리기만 한다. 기간이 하루일 경우도 있지만 길 때는 한 달인 경우도 있었다. 이번엔 얼마나 나오지 않을까.
그래, 집 안에 있는 것은 좋다. 완전히 꽁꽁 숨어서 안 보이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하지만 그럴 때마다 성의 먹을 것이며, 바깥 볼일은 완전히 현민의 차지가 되니 그게 문제라는 거다. 그게 친구이자 동거인의 운명이라고 하면 운명이겠지만.
아무래도 성은 자신을 친구가 아닌 파출부로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은 자신 만의 생각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늘도 어김없이 현민은 성을 찾아 온 집안을 돌아다녀야했다. 그리고 부엌 구석에서 성을 발견했다.
“여어-”
“너! 지금 여어가 나와? 여어가 나오냐고?”
“그럼 뭐라고 하리? 안녕? 안녕은 좀 웃기잖아. 아침에도 봤는데.”
“야아! 너 또 시작이지? 응? 이번엔 또 뭐냐? 옛 애인이라도 만났어? 누가 또 너한테 가식 뭐 어쩌고 했냐?”
“아니- 전부 다 아니야.”
성은 말로는 부족했는지 고개를 흔들기까지 했다.
“그럼, 이번엔 뭔데? 응? 무엇 때문에 그러냐고?”
“비밀이야. 해결되면 알려줄게.”
“뭐어?! 너! 이번엔 알려주지도 않겠다고? 그러면서 나 막 부려먹을 거잖아!”
“에이, 그렇게 막 화내면서도 다 해주잖아, 너.”
“성! 너 진짜 이러기야?”
“아잉~ 민아, 내가 너 좋아하는거 알잖아,”
성은 평소에는 잘 피우지도 않는 애교를 혼자 집 안에 틀어박히게 되면 곧잘 부린다. 그게 전부 현민에게 부탁을 할 때여서 성의 이런 애교는 현민만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현민은 애교를 가장한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이번엔 뭐가 필요한데?”
“차. 여러 종류의 차와 정말 큰 머그컵.”
“알았어.”
현민은 한숨을 내쉬며 마트를 가기 위해 방금 들어왔던 집을 다시 나갔다. 마트에서 성이 쓸 머그컵과 차들을 고르며 성의 이번 문제는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지만 성의 머릿속을 현민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성은 집 안에 틀어박힐 때마다 몰두 할 것들을 현민에게 부탁했다. 3년 전에는 여러 종류의 애니메이션들이었고 1년 전엔 여러 종류의 책들, 불과 몇 달 전엔 음악들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차란다. 차. 그나마 술이 아닌 것이 다행이다. 그 때마다 성이 술을 마셔댔으면 이미 성은 알코올 중독에 걸렸을지도 모른다.
문득 성의 저런 버릇이 시작되었을 때가 생각났다.
그때엔 정말 성과 인연이 이어질 줄은 몰랐다. 성의 저런 버릇을 알게 된 것이 아마 중학교 때였을 것이다. 처음 부임해 온 만큼 열의가 넘치던 담임 선생님께서 반장인 현민에게 갑자기 학교에 나오지 않은 성의 집에 다녀오지 않겠느냐고 부탁을 해오셨다.
그래서 현민이 성의 집 주소를 들고 성의 집에 찾아 갔을 때 성의 부모님에게서 성의 버릇을 듣게 되었다. 부모님도 몇 번은 설득도 해보고 협박도 해보고 아예 학교까지 끌어다 앉혀놓기도 해보았단다. 하지만 그런 방법들은 전혀 성에게 먹혀들지 않았다. 다만, 성의 안에서 무엇인가 해결이 나면 성이 스스로 일상생활로 돌아간다고 했다.
처음엔 당연하다는 듯이 현민이란 존재는 성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차차 현민이 성의 생활에 끼어들기 시작했다.
성이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을 때 학교나 성의 주위에서 찾아 온 사람이 현민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기에 성의 부모님께서도 현민이 오면 많이 반겨주셨다. 현민도 처음엔 그저 담임 선생님의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었기에 시작한 것이었지만 차츰 성에게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현민은 현관에서 돌아서던 걸음을 성의 방 앞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성의 방문 앞에서 성에게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자 그저 그날의 학교 생활을 말해주었다. 처음엔 아무 반응이 없던 성이었지만, 그것이 반복되자 성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성이 처음에 보인 반응은 그저 현민의 혼잣말에 대답을 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있잖아, 오늘은 미친개가 수업을 하는 데, 너 현우 알지? 현우가 간도 크지. 대놓고 잔거야. 그래서 미친개가 화가 나서 현우를 깨우려고 하는데,”
“현우가 누군데?”
성은 현민의 말을 끝까지 들어보지도 않고 중간에서 싹뚝 잘라먹은 것이다. 그것도 같은 반 친구를 몰라 물어보면서,
“응? 뭐라고? 현우가 누구냐고?”
거의 반 학기가 다 지난 지금 시점에서 같은 반 친구의 이름을 모를 수가 있단 말인가, 의 문제로 어이가 없어진 현민은 성에게 다시 물어보았다.
“응. 현우가 누군데?”
“어떻게 같은 반 친구 이름도 모를 수가 있냐? 학기 시작도 아니고, 벌써 중간고사가 다가오는 때에!”
현민은 성이 자신에게 반응을 했다는 사실도 잊고 현우에 대해서 설명하는 데 열을 올렸다. 현민이 한참을 현우에 대해 떠들고 있을 때 성이 작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너 지금 웃었냐?”
“왜? 난 웃으면 안 되냐?”
“아니, 그런건 아니지만, 저기 이 방문 좀 어떻게 안 되겠냐? 벽한테 혼자 떠들고 있는 것 같아,”
“다음에도 네가 날 찾아온다면 생각해볼게.”
이렇게 해서 성과 현민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성의 마음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현민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 이번엔 조금씩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가기로 했습니다.
시리즈물을 한 번 써보고 싶었거든요!
게다가 초단편식으로요, 훗.
아직 많이 부족한 저이지만, 조금씩이나마 발전해나가는 제 모습을 보고 싶어요,
# by | 2008/03/10 15:16 | 다락(습작) | 트랙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