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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현민의 이야기 - (2) 화이트 데이

 

성과 현민의 이야기 - (2) 화이트 데이


“으윽, 무거워.”

“야, 현민아.”

“아, 태훈아.”

“또냐?”


고등학교 동창인 태훈이 현민의 팔에 가득 안겨 있는 사탕을 가리키며 인사를 건넸다.


“응. 또야.”

“고등학교 때보다 더 많은 것 같은데?”

“그렇지?”

“응, 어떻게 성의 인기는 수그러들질 않냐.”

“그러게. 이거 다 배달하려면 하루 종일 걸릴 것 같아.”

“그럴 것 같네. 수고해라.”


성의 발렌타인 데이 답례품을 안고 있는 현민으로부터 태훈은 얼른 도망을 가버렸다.

성의 답례품을 현민이 들고 있는 이유는 성의 버릇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 이후로 성의 내성적인 성격이 활발해져 인기가 많아진 것은 좋으나 성의 버릇이  계속되고 있는 올해의 화이트 데이 만큼은 도망가고 싶은 심정이다. 성이 밖으로 나오질 않으니 성의 답례품 배달 또한 현민의 몫이기 때문이다. 당연하다는 듯이 답례품을 고르고 산 사람도 현민이고. 물론 돈은 성이 냈지만. 돈까지 현민이 냈다면 이번에야말로 폭발해버리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이러니까 현민이 속 좁은 사람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그 답례품이라는 것이 한 두개가 아니다. 두 팔 가득이니까.

현민이 성의 답례품 배달을 도망가고 싶어할 정도로 싫어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이런 상황 때문에.


"고마워. 그런데 저기 난 이미 마음에 둔 사람이 있는데.“

“이거 내가 주는 거 아냐. 성이 주는 거야. 발렌타인 데이 답례로.”

“응?”

“이거 답례라고. 성의”

“아, 고마워.”


답례품을 받은 여자는 얼굴이 빨개진 채로 도망가 버렸다. 이런 상황이 한 두 번이 아니기에 현민은 도망가고 싶어하는 것이다. 학교 내에서도 성과 현민이 친구 사이라는 것을 다 알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여자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오늘이 화이트 데이이기 때문이리라. 당연히 문제의 원인은 성이고.


“하아, 성 이자식! 집에 가기만 해봐. 발로 차줄테다.”


지금쯤이면 현민이 성에게 고백한 여자에게 사탕을 주었다는 것이 학교 내에서 부풀려져서 돌아다니고 있을 것이 뻔하다. 고등학교 때에도 이것 때문에 엄청 애를 먹었으니까.


“야, 또냐?”

“아, 현민이다.”

“나 현민인거 여기 모르는 사람 없으니까, 물은 말에나 대답하시지.”

“아, 으응. 그러니까 이거.”

“그게 뭔데?”

“발렌타인 데이 답례품.”


고등학교 때의 성은 학교 내 킹카였다. 매일 신발장에 러브레터와 선물들이 쏟아지는. 게다가 성이 자상한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편지와 선물에 일일이 답을 주었다. 그러니까 옆에 있는 현민이 괴로울 수밖에.

현민은 성의 옆에 산처럼 쌓여있는 사탕 더미를 바라보았다. 성의 말에는 설마, 하는 마음을 가지고 성에게 물었다.


“이거 뭐 어쩌라고?”

“난 밖에 못 나가니까 네가 대신 배달 좀 해줘.”

“뭐?”

“배달 좀 해달라고.”

“누가? 내가?”

“응. 네가.”


성의 말에 현민은 경악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성이 답례품이라고 말하는 것들이 한 두 개가 아니라 말 그대로 산이었다. 그것을 배달하려면 하루 종일이 걸릴지도 몰랐다.


“지금 이것들을 나보고 가져다주라고?”

“응.”

“내가 왜?”

“내가 밖에 못 나가니까. 그리고 넌 내 친구잖아. 그러니까 대신 배달 좀 해줘.,”

“이걸 다?”

“응.”

“싫어.”

“응? 왜?”

“싫으니까.”

“현민아~ 응? 나한테 너 밖에 없잖아. 배달 좀 해주라.”


또 나왔다. 성의 애교가. 현민이 성의 애교에 넘어가기라는 것을 알고 있는 성이 마음 먹고애교를 부리면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현민이었다.


“하아, 알았어. 대신 조건이 있어.”

“뭔데? 다 들어줄께.”

“피자. 큰 거 두 판.”

“응. 응. 알았어.”


이렇게 해서 다음날 사탕더미가 현민의 두 팔에 안겨 있게 되었다. 현민은 성의 애교와 먹을 것에 약한 자신을 탓하면서 쉬는 시간마다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성의 답례품을 배달해야했다.


“고마워. 난 네가 날 좋아하고 있는 줄은 몰랐어. 하지만 난 이미 마음에 둔 사람이 있어.”


여자아이의 말을 들은 현민은 미치고 팔딱 뛸 노릇이었다. 솔직히 그 여자아이가 자신의 타입도 아니었거니와 성의 답례품을 가지고 생색을 내는 성격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평소 성의 앞이 아니면 학교에서는 말을 아끼던 현민이었기에 여자아이가 오해할 소지는 충분했다.


“아, 그게 아니고 이거 발렌타인 데이 답례품이야. 성의.”


현민의 말을 들은 여자아이는 답례품을 받아들고 얼굴이 빨개진 채로 뛰어가 버렸다.


“하아, 이제 하나 남았나.”


현민은 성에게 얻어먹을 피자를 생각하며 배달을 다 끝냈다. 다음날 성에게 좋아하는 피자를 두 판이나 얻어먹은 현민이 학교에 나왔을 때는 뒤에서 소곤거리는 아이들의 말을 흘려들을 수 없었다.


“재야. 재. 재가 성과 삼각관계라더라.”

“뭐야? 평범하게 생겼는데?”

“그러니까 말이지. 감히 누굴 넘봐?”

“저런 애랑 성이 어떻게 친구냐.”


여자의 자존심은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고 했던가. 성의 버릇은 두 달이나 성을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였고, 그 두 달 동안 현민은 여자의 자존심을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 지 사무치게 느끼게 되었다. 그러니 현민이 성의 답례품 배달을 싫어하는 게 당연한 것이 아닐까.

그 후로 성이 학교에 나오기 전까지 현민은 각종 루머에 시달리게 되었고 여자 아이들의 괴롭힘도 받아야했다. 이런 사정들은 성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자신의 문제를 털고 학교에 나왔을 때에야 듣게 되었다. 성이 공개적으로 설명을 했으니 망정이지 안 그러면 현민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다른 학교로 전근까지 생각해야 할 정도였다.


오늘이 화이트 데이이고, 오랜만에 같은 일을 당해서 일까. 예전의 일이 생각나버렸다. 그때에는 정말 성이 미워졌었다. 하지만 그것도 다 추억이라는 생각이 들자 웃을 수밖에 없는 현민 이었다. 현민은 줄어들 기미가 안 보이는 성의 답례품을 오늘 하루 동안 다 배달할 수 있을지 생각을 하며 다음 여자아이를 찾아 나섰다.


- 성과 현민의 이야기 두번째 입니다!
물론 이것도 초단편이고요, 얼마 전이 화이트 데이인데다가,
어제 14일이라는 제목의 단편소설을 보아서,
화이트 데이에 관련된 이야기가 써보고 싶더라고요,
물론 이것도 퇴고가 필요한 완성작이 아닙니다, 그러니 말 그대로 습작이지요,
그래도 성과 현민의 이야기가 하나 하나 그려지길 바라고 있어요,

덧. 오늘 글 두개를 썼더니 머리가 텅 비어버린 것 같기도 하고,
조금 혼란스럽기도 하고 그러네요, 작가님들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온에어 정말 너무 재미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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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현 | 2008/03/20 06:04 | 다락(습작)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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