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6월 23일
성과 현민의 이야기 - (3) 성의 시각,
성과 현민의 이야기 - (3) 성의 시각
“하아,”
열쇠로 문을 따는 소리에 성은 읽던 책을 덮었다. 그러고선 방금 들어온 현민의 앞에 버티고 섰다.
“이제 들어와?”
라고 묻는 성의 말에 현민은 대답을 하지는 않고 그저 성의 얼굴만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제 들어오냐고 물었잖아.”
“보면 알잖아.”
라고 대답한 현민은 그대로 성을 지나쳐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성은 현민의 무뚝뚝한 대답에 자신의 말에 기분 나쁘게들리는 부분이 있는지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머리를 굴려보아도 자신의 말에선 기분 나쁘게 들리는 부분은 없었다.
‘내가 생각해서 모르겠으면 물어보면 되지.’
라고 생각한 성은 바로 현민의 방문 앞에 섰다.
“현민아, 나 들어간다.”
방에선 아무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지만, 성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현민아, 기분 나쁜 일 있었어?”
“아니.”
“아닌게 아닌데, 밖에서 무슨 일 있었어?”
“오늘은 그냥 좀 내버려둬라.”
성은 현민의 일이 궁금했지만, 다음날 아침까진 궁금증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성의궁금증은 다음날 아침에 되어도 풀리지않았다. 매일 성의 아침밥을 책임지던 현민이 그 날은 아침밥을 하지도 않고 집에서 나갔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버릇 때문에집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성은 그저 현민이 집으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엔 없었다. 그날도 현민은 늦은 밤이 되어서야 돌아다. 그렇게 엇갈리는 날이 반복되던 것이 어느새 이주일을 넘어섰다.
그날도 성은 그동안 읽던 책을 마저 읽고 있었다. 열쇠로 문을 따는 소리를 들은 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들어와?”
여느 때와 같은 물음이건만 뭐가 어려운 질문이라고 오늘도 대답을 하지 않는 현민이었다. 성은 한 번 더 한숨을 내쉬고는.
“현민아,”
라고 불렀다. 하지만 현민은 여전히 대답을 하지 않았다.
“현민아,”
“......”
“현민아, 현민아,”
“......왜?”
작은 현민의 대답에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띤 성은,
“무슨 일이 널 힘들게 하는 거야?”
“......”
“대답 안 해줄꺼야?”
“응,”
“왜?”
“너도 네가 다시 버릇이 나온 이유 말 안하잖아.”
“.그래도 난 문제가 다 해결이 되면 말해준다고 했잖아. 하지만 넌 아무 말도 없이 내 말에 대답도 안 해주고, 이유도 말 안하잖아.”
“그건 ......”
“억지부리지마, 현민아.”
“억지부리는 거 아냐.”
“너 억지부리고 있어. 너도 알잖아. 내가 말해주겠다고 한 것.”
“......”
평소 투정을 부리거나 억지 부리는 쪽은 늘 성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민이 성에게 억지를 부리고 있는 상황이라 성은 속으로 웃을삼켰다. 현민에게 그 이유를 듣는 것이 더 시급했다. 평소 차분하고 성의 형 같았던 현민이 왜 이런 행동을 보이는지 알아야했다.
“현민아,”
“왜?”
이번엔 한 번에 대답한 성은 속으로 안심했다. 그래도 이번엔 한 번에 대답을 했으니까.
“무슨 일이야?”
“......”
“정말 말 안 해줄꺼야? 나 궁금한 거 있으면 잡 못자는 거 알잖아. 나 정말 궁금해.”
“별 일 아냐.”
“별 일 아닌데, 내 말에 대답도 안 해주고 늦게 들어오고 그래? 내 밥도 안 챙겨주고.”
“응?”
“나 요리 못하는 거 알잖아. 나 내가 한 음식 먹었다가 병원에 실려가는 줄 알았어.”
“몇 끼나 먹었다고.”
“내가 한 음식은 한 끼만 먹어도 위험한 거 알잖아. 오늘 저녁 먹을 때는 핸드폰에 119를 단축번호로 지정해놓을 생각까지 했다고.”
“그러니까 평소에 요리 실력 좀 키워놓으라고 했잖아.”
“하지만 현민이 한 게 내가 하는 것보다 백배 아니, 천배 맛있는 걸.”
“내일 아침밥은 내가 할게.”
성은 현민의 대답에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다가 지금 논점은 이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현민에게 다시 물어보려고 현민을 바라보려고 했지만 이미 현민은 방으로 들어간 뒤였다. 성은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자책했다. 하지만 현민이해준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기로 했다. 솔직히 현민이 삐지거나 힘들어 성의 밥을 못 챙겨줄 때 아쉬운 것은 늘 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은 알아야했다.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인 현민이 무슨 일 때문에 힘들어 하는지를. 그러나 한 번 닫힌 현민의 방문을 두드릴 수는 없었다. 지금 대화를 시도하려고 해보았자 다시 음식 이야기로 넘어갈 것이 뻔했기에. 그러니까 내일 아침에 현민의 요리로배를 두둑하게 채우고 다시 물어봐야겠다고 다짐한 성은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성이 일어나자 약속대로 현민이 아침밥을 하고 있는지 부엌에서 요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현민의 아침밥을 준비하는소리가 너무 반가웠던지 평소에 현민이 깨워야 겨우 일어나던 성이 벌떡 일어나 방문을 열어젖혔다.
“현민아,”
“응?”
현민이 두부를 썰다말고 고개를 돌려 성을 바라보았다. 성은 입가에 미소를 잔뜩 띠우고 있었다.
“오늘 아침은 된장찌개야?”
“응,”
“맛있겠다. 빨리 먹자.”
식탁에 앉은 성은 어제 밤에 다짐했던 것을 떠올리며 빨리 밥 먹자고 재촉했다. 밥을 먹은 뒤엔 꼭 알아내자, 라고 재차 다짐을 하는것도 잊지 않았다.
“역시 현민이의 된장찌개는 맛있어! 바로 이 맛이라니까! 왜 내가 하면 이 맛이 안 나는 걸까?”
“너도 많이 해보면 될꺼야.”
“아냐, 나의 음식 솜씨는 죽을 때까지 그대로 일 것 같은 나쁜 예감이 들어.”
“아, 나 다 먹었다. 성아, 밥 다 먹으면 설거지 해놔.”
라고 말한 현민은 그대로 가방을 챙겨 밖으로 나가버렸다. 밥을 다 먹고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보려고 했던 성은 그대로 현민이 나간 문만 뚫어져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성의 눈빛이 대문을 뚫고 현민에게로 전해지기라도 하듯이.
아침밥을 먹고 설거지까지 마친 성은 이대로는 현민에게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성 자신은현민이처럼 남을 배려할 줄을 모른다. 다정하기는 해도 말이다. 항상 자신의 일에도 벅찬 성은 현민처럼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거나남에게 속 깊은 이야기를 끌어낼 자신은 없었다. 그것이 현민이라면 들어줄 수는 있지만 현민의 마음 속 이야기는 끌어낼 수는 없는것이 자신이라는 것을 성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성은 지금 상황에서 제일 좋은 방법을 쓰기로 했다. 바로 태훈에게 전화를 거는 법을.
“성, 네가 웬일이냐?”
“잘 지내냐?”
“그럼, 나야 잘 지내지.”
“아니, 너 말고.”
“에? 나한테 전화를 걸어놓고 누구 안부를 묻는 거냐?”
다른 사람이라면 충분히 기분 나쁠 대화방식이지만 성이니까 대답은 자연스러웠다.
“누구긴 누구야, 현민이지.”
“하긴 네가 다른 사람 안부를 물어볼 인간이 아니지.”
“알면서 누구냐고 묻는 넌 뭐냐.”
“그나저나 이번엔 무슨 일이기에 한 달이 넘어가는데도 집 안이냐?”
“내 일엔 신경끄고 현민이 이야기나 좀 해봐.”
“매일 한 집에서 얼굴 보면서 지내는 건 넌데 왜 나한테 물어보냐?”
“늦게 들어온단 말이다.”
“늦게 들어간다고? 학교에선 빨리 사라지는데.”
“너도 몰라?”
“알아도 맨 입으로 되냐?”
“쳇. 알았어. 뭐?”
“레포트 두 개.”
“뭐? 레포트 두 개?”
“그래. 레포트 두 개.”
“젠장. 알았어.”
학점관리를 잘 안 할 것 같은 성이지만 지금까지 장학금을 놓쳐본 적이 없는 성에게 레포트 두 개를 도움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좋은 일이다.
“현민이가 욕을 좀 먹었어.”
“뭐? 현민이가 왜 욕을 먹어?”
“그야 네가 학교를 안 나오니까.”
“내가 학교를 안 나가는 것과 현민이 욕을 먹는 것에 무슨 상관이 있다는거야?”
“그야 너랑 현민은 매일 붙어다닌 사이였으니까, 게다가 넌 인기도 많았잖아. 현민은 말도 없고 낯가림도 심해서 너랑 나 이외에는
팀별 레포트 할 때엔 빼고 이야기도 별로 해본 적 없고 학과 행사 같은 데에서도 그저 네 옆에 서있기만 하잖아.”
“그러니까?”
“네가 학교에 안 나오는 이유를 현민하고 연결시켜 오해들을 하고 있나봐. 그게 좀 충격적인 루머도 많고.”
“에?”
“그러니까 화이트데이 사건도 있고, 네 일을 현민이 하고 있다는 것도 당연히 모르겠지. 그 녀석이 너 없이 학과 아이들하고 말이나
해봤어야지.”
“그래서 현민이가 컨디션이 안 좋다?”
“뭐, 변경하기에도 지친 거겠지. 중․고등학교 때도 그런 일 자주 있었잖아.”
“또 나 때문이다?”
“네가 학교에 나오면 다 해결되는 문제잖아. 그때처럼 공식적으로 말을 할 수도 있고.”
“못 나가는 거 알잖아.”
“너 언제까지 그럴껀데?”
“나도 몰라.”
“너 그러다 현민이까지 너 떠나면 어쩌려고?”
“응?”
“현민이는 사람 아니냐? 당연히 지치고 힘들때도 있지. 그런 일이 계속 반복되다 보면 현민이라고 네 옆에 붙어있고 싶겠냐?”
“나라도 예전에 ......”
“거봐, 그러니까 나오라고.”
“......“
“아무튼 나오라고만 하면 대답이 없지?”
“아냐, 나갈꺼야.”
“그러니까 언제?”
“해결되면.”
“젠장, 항상 그런 식이지. 현민이나 제대로 추슬려라.”
“...... 알았어.”
“그럼- 잘 살아라.”
“너도.”
통화를 끝낸 성은 현민이 오늘도 늦게 올 것인가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고선 현민이 사다 준 머그컵에 레몬차를 타 거실 바닥에 주저앉았다. 차를 반 정도 마셨을 때에 열쇠로 문을 따는 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에 성은 주먹을 말아 쥐곤 현관에 버티어 섰다. 현이 들어오자마자 성은 바로 주먹을 뻗었다. 들어오자마자 성의 주먹을 맞은 현민은 몸을 가누질 못했다.
“야, 너 왜 혼자서 힘들어해?”
“......”
“내가 밖으로 나가지 않아서 네가 힘든 거라면 날 때려서라도 끌고 나가면 될 것 아냐?”
“......”
“무슨 말이라도 해라.”
"안 힘들어.”
“젠장. 너 힘들어 하는 거 다 보이거든.”
“내가 소심해서 그래. 조금만 있으면 괜찮아져.”
“그럼, 난? 네가 괜찮아질 때까지 내가 한 음식 먹고 병원에 실려가라는 거냐?”
너무 많이 심각해지려고 하는 대화의 방향을 바꾸려고 한 성의 의도는 성공했다. 성이 하는 음식 이야기가 나오자 현민이 웃었기 때문이다.
“그런 나쁜 말 같은 것 다 듣지마. 내 버릇 너도 알잖아.”
“알아.”
“아니면 그 말 하는 인간들에게 네 주먹 맛 좀 보여주던가.”
“주먹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진 않아.”
“하지만 입을 다물게는 해주지.”
“내 주먹 약한 것 알잖아.”
“아아- 또 대화의 방향이. 젠장.”
“대화의 방향이 왜?”
“내가 대화를 주도하면 꼭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더라.”
“그게 성, 너잖아.”
“그래, 이게 나야. 그러니까 너도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던 너는 너야. 정현민.”
“알아, 조금 흔들렸던 것 뿐이야.”
“정말로 조금?”
“그래. 정말로 조금.”
“이번은 넘어가주지.”
“매번 그러면서.”
“나 배고파. 밥 줘.”
“아직까지 밥도 안 먹고 뭐했어?”
“나 병원 가기 싫어.”
“알았어.”
현민은 성의 밥을 위해 부엌으로 들어갔다. 저 녀석은 역시 날 파출부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맞다는 생각을 하면서.
- 기말고사가 끝나자,
해방감과 함께 손가락이 근질거리더라,
글 쓰고 파서, 서점도 고프고, 공연도 고프고, 영화도 고프고,
그래서 질렀다. 글을-!
이제 성과 현민의 이야기가 세번째 단편이다.
앞으로도 주욱 이어질 예정이다.
내가 성과 현민을 놓지 않는다면- ^^
덧. 오늘 이외수의 생존법 하악하악 을 선물받았다!!
완전 행복하다-♥
# by | 2008/06/23 00:36 | 다락(습작) | 트랙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