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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현민의 이야기 - (4) 핸드폰

 

성과 현민이 같이 사는 집안에서 익숙한 벨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거실에서 음악을 듣고 있는 성은 전혀 움직임이 없었다. 원래 한 가지에 빠지면 다른 것들은 보이지 않는 성의 성격 탓도 있지만 워낙 핸드폰에 신경을 안 쓰고 살기에 핸드폰 벨소리는 성의 귀에 들리지 않는 것이다. 성의 핸드폰은 몇 번을 더 울리다가 종요해졌다.

얼마 뒤에 현관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야, 성! 전화가 오면 받아야 될 것 아냐?”

 

성은 현민의 화난 목소리에 그제야 헤드폰을 벗어들고 현민을 바라본다.

 

“어? 뭐라고 했어?”

“전화가 오면 받아야 될 것 아니냐고!”

 

현민은 여전히 화가 난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아, 몰랐어.”

 

그제야 성의 근처에서 굴러다니는 핸드폰을 집어들어 부재중전화를 확인했다. 무려 현민에게만 5번이 와 있었다.

 

“5번이나 했네?”

“그래, 5번이나 했어.”

“미안, 못 들었어.”

“핸드폰에 신경 좀 써. 특히 집에 있을 때는.”

“알았어.”

 

현민은 성이 한 대답이 무성의 한 것임을 알고 있다. 핸드폰 문제로 이야기가 오고가면 항상 성의 대답은 같았지만 그것이 지켜진 적은 없었다. 성은 그나마 현민의 전화는 다른 사람들의 전화보다는 많이 받는 편이었다. 현민은 그것을 알기에 매번 무성의 한 성의 대답이지만 그냥 넘어가는 것이다.

 

“현민아,”

“왜?”

“나 배고파, 밥 줘.”

“허, 너 솔직히 말해봐.”

“뭘?”

“날 너 밥 해주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지?”

“...... 아냐.”

“앞의 침묵은 뭐야?”

“하지만 네가 해주는 밥은 맛있는 걸.”

“애교 부리지마.”

“사실이야.”

“하아, 알았어.”

 

현민은 부엌으로 들어가며 다시 성이 아무래도 자신을 파출부라고 생각한다는 생각을 했다. 현민이 부지런히 성의 밥을 준비하고 있을 때 현민의 핸드폰이 울렸다. 열심히 손으로 나물을 무치고 있던 현민은 자신이 전화를 받을 수 없자 성에게 말했다.

 

“성아, 내 전화 좀 받아봐.”

 

곧 성이 전화를 받는 소리가 들렸다.

 

“현민이 핸드폰입니다.”

“네에. 안녕하세요.”

“있어요. 지금 저녁밥 해요.”

“아, 알았어요.”

 

성의 통화 내용으로 현민은 전화를 건 사람이 어머니임을 알고는 손에 끼고 있던 일회용 장갑을 벗었다. 그때 마침 성이 부엌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어머니셔.”

“알았어.”

 

“여보세요.”

“현민이냐? 잘 살고 있는 거냐?”

“네에, 그럼요.”

“그런데 어째 전화가 한 통도 없어?”

“기말고사 기간이었어요.”

“그랬냐? 시험은 잘 봤고?”

“그냥저냥 봤어요. 그런데 웬일이세요?”

“에고, 내 정신 좀 봐. 네 아버지가 다리 뼈에 금이 가셨단다”

“네에? 어쩌다가요?”

“시내에서 약주를 한 잔 하시고 오시다가 자전거랑 부딪히셨는데 잘못 넘어지셨나보더라.”

“병원은요?”

“지금 병원에 계시다.”

“의사 선생님이 뭐라시는데요?”

“한 달 동안 병원에 있으면 금방 나으실 거라고 하시던데.”

“다행이네요.”

“그런데 말이다. 지금이 농사철이잖냐.”

“알았어요. 제가 내려 갈께요.”

“그려. 그렇게 알고 있으마.”

“네에. 잘 지내시고요.”

“그려. 들어가.”

“네에. 들어가세요.”

 

“김제로 내려가?”

“응.”

 

현민의 통화가 끝날 때까지 부엌에서 나가지 않고 기다린 성은 다급하게 물었다.

 

“내려가기 전에 차랑 네가 먹을 것 잔뜩 사다놓고 갈게.”

“...... 응.”

 

성이 왜 다급해하는지 아는 현민은 그렇게 말하고는 성의 저녁밥 준비를 서둘렀다.

 

다음 날이 되자 아침부터 마트에 다녀 온 현민은 자신이 김제로 내려가 있을 동안 성의 양식인 여러 가지 차와 인스턴트 음식을 잔뜩 사왔다. 현민이 사가지고 오는 양을 본 성은 놀란 목소리로 현민에게 따지듯 물었다.

 

“뭐가 그렇게 많아? 오래 내려가 있을 거야?”

“응, 길면 한 달, 짧아도 2주에서 3주는 걸릴 것 같은데.”

“엑, 그렇게나 오래? 아버지 많이 다치셨대?”

“응, 다리 뼈에 금이 가셨대.”

“엑, 어쩌시다가 다리 뼈에 금이 가셨대. 얼른 내려가봐야겠네. 농사철이잖아.”

“응, 그래서 내일 가려고. 어차피 학교도 방학 했으니까.”

“그래, 나도 갈까?”

“응? 너 지금 밖에 안 나가는 거 아니었냐?”

“아, 맞다. 그랬지. 너무 놀라서 그만.”

“그러면 그렇지, 전화나 받아. 몇 번 만에 받지 말고, 신경 좀 쓰라고.”

“알았어.”

“너 분명히 알았다고 했다? 나중에 딴 소리만 해봐. 너 밥은 먹고 사는지 전화해서 매일 물어볼꺼야.”

“내가 한 두 살 먹은 애냐?”

“난 우리 집에서 굶어죽은 시체 치우는 거 싫다.”

“안 죽어. 안 굶어. 걱정 마.”

“너, 또 무성의 한 대답.”

“알았다니까.”

“믿는다?”

“그래, 믿어. 네가 나 안 믿으면 누구 믿을 사람이 또 있냐?”

“말은 잘하지.”

“너 짐 싸야되는거 아냐?”

“안 그래도 짐 싸려고 했다.”

 

성과의 대화를 마친 현민은 방으로 들어가 부지런히 짐을 싸 다음 날 김제로 내려갔다. 제에서 부모님을 뵙고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간간히 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성의 곁에 현민이 없으면 자신이 한 밥을 먹고 병원에 실려 가기 싫다며 제대로 밥을 챙겨먹지 않을 성을 알고 있기에 현민은 성이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간간히 성에게 전화를 해 밥을 먹었는지 확인을 해야 했다. 하지만 그나마도 성은 무성의한 대답처럼 잘 받지 않았다.

그날도 언제나처럼 농사일을 끝내고 들어와 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성은 역시나 받지 않았다. 다른 날은 3번 만에는 받았는데 오늘은 10번이 넘어가도 받지 않았다. 그래서 현민은 혹시나 방에 있는 것을 그만두고 집 밖으로 나갔나 하고 생각해 태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나 현민인데.”

“너인거 알아.”

“혹시 성이 밖으로 나왔냐?”

“성이? 아니. 안 나왔어. 그 자식은 이번에 왜 이렇게 오래걸리냐?”

“안 나왔다고? 생각할 게 많은가 보지.”

“응, 안 나왔어.”

“알았다.”

“넌 어딘데 집에 들어가면 볼 성이를 나한테서 찾냐?”

“나 김제거든.”

“왜?”

“아버지가 아프셔서 농사일 하러 내려왔어.”

“성이 두고?”

“응, 성이가 무슨 어린애도 아니고 내가 데리고 다녀야할 나이는 아니잖냐.”

“그렇긴 하지.”

“괜찮을거야. 그래도 나 대신 좀 집에도 찾아가고 그래라.”

“알았다. 얼른 올라와라.”

“알았어.”

 

태훈에게 성을 부탁한 현민은 이주일 동안 농사일에 매달렸다. 그리고 잠시 틈이 생겨 다시 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성은 받지 않았다. 그날 하루종일 전화를 걸었지만 성은 받지 않았다. 성이 전화를 받지 않는 것에 점점 화가 나기 시작한 현민은 주말에 서울에 올라가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주말까지 일을 다 마친 현민은 마침내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자 거실에서 누워 뒹굴거리는 성과 그 옆에서 시끄럽게 울어대는 전화가 보였다. 성과 핸드폰을 보는 순간 화가 난 현민은 성에게 소리를 질렀다.

 

“성! 전화가 오면 받아야되는 것 아니냐고?”

 

갑자기 현민을 보게 되자 놀란 성은 현민의 말에 대답 할 생각은 못하고 멍하니 현민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현민은 다시 소리를 질렀다.

 

“전화가 오면 좀 받으라고!”

“아, 미안. 못 들었어.”

“야! 내가 전화 하나 때문에 올라와야 되겠냐?”

“아, 미안. 나 걱정한거야?”

“친구니까 당연한거 아냐? 너 네가 한 밥 먹기 싫다며? 그래서 밥은 잘 챙겨먹는지 안부 좀 물으려고 전화를 하니까 전화를 안 받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

 

성은 자신 때문에 김제에서 올라온 현민에게 많이 미안했나보다. 잘 하지 않는 사과를 두 번 씩이나 하면서 현민을 달랬다. 하지만 현민은 이번에는 정말 화가 많이 난 상태였다. 성의 버릇을 고쳐 놓고 말겠다고 다짐을 한 현민은 빠르게 부엌으로 향했다. 성의 버릇을 고치려면 우선 성의 배를 두둑히 채워야 했기에.

- 사실 이 한편을 다 쓰고 자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의 내 상태는 이미 눈이 반은 감긴 상태이므로,
이대로는 이 글이 방향을 잃고 헤매일 것 같아-
일단 여기서 끊기로 했다.
퇴고도 하지 않고 몇 시간 만에 뚝딱 쓴 글이라-
다음 편이 궁금한 사람도 없겠지만,
그래도 난 계속 쓸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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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현 | 2008/06/30 01:20 | 다락(습작)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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