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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 다락(습작)

 

성과 현민의 이야기 - (4) 핸드폰

 

성과 현민이 같이 사는 집안에서 익숙한 벨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거실에서 음악을 듣고 있는 성은 전혀 움직임이 없었다. 원래 한 가지에 빠지면 다른 것들은 보이지 않는 성의 성격 탓도 있지만 워낙 핸드폰에 신경을 안 쓰고 살기에 핸드폰 벨소리는 성의 귀에 들리지 않는 것이다. 성의 핸드폰은 몇 번을 더 울리다가 종요해졌다.

얼마 뒤에 현관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야, 성! 전화가 오면 받아야 될 것 아냐?”

 

성은 현민의 화난 목소리에 그제야 헤드폰을 벗어들고 현민을 바라본다.

 

“어? 뭐라고 했어?”

“전화가 오면 받아야 될 것 아니냐고!”

 

현민은 여전히 화가 난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아, 몰랐어.”

 

그제야 성의 근처에서 굴러다니는 핸드폰을 집어들어 부재중전화를 확인했다. 무려 현민에게만 5번이 와 있었다.

 

“5번이나 했네?”

“그래, 5번이나 했어.”

“미안, 못 들었어.”

“핸드폰에 신경 좀 써. 특히 집에 있을 때는.”

“알았어.”

 

현민은 성이 한 대답이 무성의 한 것임을 알고 있다. 핸드폰 문제로 이야기가 오고가면 항상 성의 대답은 같았지만 그것이 지켜진 적은 없었다. 성은 그나마 현민의 전화는 다른 사람들의 전화보다는 많이 받는 편이었다. 현민은 그것을 알기에 매번 무성의 한 성의 대답이지만 그냥 넘어가는 것이다.

 

“현민아,”

“왜?”

“나 배고파, 밥 줘.”

“허, 너 솔직히 말해봐.”

“뭘?”

“날 너 밥 해주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지?”

“...... 아냐.”

“앞의 침묵은 뭐야?”

“하지만 네가 해주는 밥은 맛있는 걸.”

“애교 부리지마.”

“사실이야.”

“하아, 알았어.”

 

현민은 부엌으로 들어가며 다시 성이 아무래도 자신을 파출부라고 생각한다는 생각을 했다. 현민이 부지런히 성의 밥을 준비하고 있을 때 현민의 핸드폰이 울렸다. 열심히 손으로 나물을 무치고 있던 현민은 자신이 전화를 받을 수 없자 성에게 말했다.

 

“성아, 내 전화 좀 받아봐.”

 

곧 성이 전화를 받는 소리가 들렸다.

 

“현민이 핸드폰입니다.”

“네에. 안녕하세요.”

“있어요. 지금 저녁밥 해요.”

“아, 알았어요.”

 

성의 통화 내용으로 현민은 전화를 건 사람이 어머니임을 알고는 손에 끼고 있던 일회용 장갑을 벗었다. 그때 마침 성이 부엌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어머니셔.”

“알았어.”

 

“여보세요.”

“현민이냐? 잘 살고 있는 거냐?”

“네에, 그럼요.”

“그런데 어째 전화가 한 통도 없어?”

“기말고사 기간이었어요.”

“그랬냐? 시험은 잘 봤고?”

“그냥저냥 봤어요. 그런데 웬일이세요?”

“에고, 내 정신 좀 봐. 네 아버지가 다리 뼈에 금이 가셨단다”

“네에? 어쩌다가요?”

“시내에서 약주를 한 잔 하시고 오시다가 자전거랑 부딪히셨는데 잘못 넘어지셨나보더라.”

“병원은요?”

“지금 병원에 계시다.”

“의사 선생님이 뭐라시는데요?”

“한 달 동안 병원에 있으면 금방 나으실 거라고 하시던데.”

“다행이네요.”

“그런데 말이다. 지금이 농사철이잖냐.”

“알았어요. 제가 내려 갈께요.”

“그려. 그렇게 알고 있으마.”

“네에. 잘 지내시고요.”

“그려. 들어가.”

“네에. 들어가세요.”

 

“김제로 내려가?”

“응.”

 

현민의 통화가 끝날 때까지 부엌에서 나가지 않고 기다린 성은 다급하게 물었다.

 

“내려가기 전에 차랑 네가 먹을 것 잔뜩 사다놓고 갈게.”

“...... 응.”

 

성이 왜 다급해하는지 아는 현민은 그렇게 말하고는 성의 저녁밥 준비를 서둘렀다.

 

다음 날이 되자 아침부터 마트에 다녀 온 현민은 자신이 김제로 내려가 있을 동안 성의 양식인 여러 가지 차와 인스턴트 음식을 잔뜩 사왔다. 현민이 사가지고 오는 양을 본 성은 놀란 목소리로 현민에게 따지듯 물었다.

 

“뭐가 그렇게 많아? 오래 내려가 있을 거야?”

“응, 길면 한 달, 짧아도 2주에서 3주는 걸릴 것 같은데.”

“엑, 그렇게나 오래? 아버지 많이 다치셨대?”

“응, 다리 뼈에 금이 가셨대.”

“엑, 어쩌시다가 다리 뼈에 금이 가셨대. 얼른 내려가봐야겠네. 농사철이잖아.”

“응, 그래서 내일 가려고. 어차피 학교도 방학 했으니까.”

“그래, 나도 갈까?”

“응? 너 지금 밖에 안 나가는 거 아니었냐?”

“아, 맞다. 그랬지. 너무 놀라서 그만.”

“그러면 그렇지, 전화나 받아. 몇 번 만에 받지 말고, 신경 좀 쓰라고.”

“알았어.”

“너 분명히 알았다고 했다? 나중에 딴 소리만 해봐. 너 밥은 먹고 사는지 전화해서 매일 물어볼꺼야.”

“내가 한 두 살 먹은 애냐?”

“난 우리 집에서 굶어죽은 시체 치우는 거 싫다.”

“안 죽어. 안 굶어. 걱정 마.”

“너, 또 무성의 한 대답.”

“알았다니까.”

“믿는다?”

“그래, 믿어. 네가 나 안 믿으면 누구 믿을 사람이 또 있냐?”

“말은 잘하지.”

“너 짐 싸야되는거 아냐?”

“안 그래도 짐 싸려고 했다.”

 

성과의 대화를 마친 현민은 방으로 들어가 부지런히 짐을 싸 다음 날 김제로 내려갔다. 제에서 부모님을 뵙고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간간히 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성의 곁에 현민이 없으면 자신이 한 밥을 먹고 병원에 실려 가기 싫다며 제대로 밥을 챙겨먹지 않을 성을 알고 있기에 현민은 성이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간간히 성에게 전화를 해 밥을 먹었는지 확인을 해야 했다. 하지만 그나마도 성은 무성의한 대답처럼 잘 받지 않았다.

그날도 언제나처럼 농사일을 끝내고 들어와 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성은 역시나 받지 않았다. 다른 날은 3번 만에는 받았는데 오늘은 10번이 넘어가도 받지 않았다. 그래서 현민은 혹시나 방에 있는 것을 그만두고 집 밖으로 나갔나 하고 생각해 태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나 현민인데.”

“너인거 알아.”

“혹시 성이 밖으로 나왔냐?”

“성이? 아니. 안 나왔어. 그 자식은 이번에 왜 이렇게 오래걸리냐?”

“안 나왔다고? 생각할 게 많은가 보지.”

“응, 안 나왔어.”

“알았다.”

“넌 어딘데 집에 들어가면 볼 성이를 나한테서 찾냐?”

“나 김제거든.”

“왜?”

“아버지가 아프셔서 농사일 하러 내려왔어.”

“성이 두고?”

“응, 성이가 무슨 어린애도 아니고 내가 데리고 다녀야할 나이는 아니잖냐.”

“그렇긴 하지.”

“괜찮을거야. 그래도 나 대신 좀 집에도 찾아가고 그래라.”

“알았다. 얼른 올라와라.”

“알았어.”

 

태훈에게 성을 부탁한 현민은 이주일 동안 농사일에 매달렸다. 그리고 잠시 틈이 생겨 다시 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성은 받지 않았다. 그날 하루종일 전화를 걸었지만 성은 받지 않았다. 성이 전화를 받지 않는 것에 점점 화가 나기 시작한 현민은 주말에 서울에 올라가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주말까지 일을 다 마친 현민은 마침내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자 거실에서 누워 뒹굴거리는 성과 그 옆에서 시끄럽게 울어대는 전화가 보였다. 성과 핸드폰을 보는 순간 화가 난 현민은 성에게 소리를 질렀다.

 

“성! 전화가 오면 받아야되는 것 아니냐고?”

 

갑자기 현민을 보게 되자 놀란 성은 현민의 말에 대답 할 생각은 못하고 멍하니 현민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현민은 다시 소리를 질렀다.

 

“전화가 오면 좀 받으라고!”

“아, 미안. 못 들었어.”

“야! 내가 전화 하나 때문에 올라와야 되겠냐?”

“아, 미안. 나 걱정한거야?”

“친구니까 당연한거 아냐? 너 네가 한 밥 먹기 싫다며? 그래서 밥은 잘 챙겨먹는지 안부 좀 물으려고 전화를 하니까 전화를 안 받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

 

성은 자신 때문에 김제에서 올라온 현민에게 많이 미안했나보다. 잘 하지 않는 사과를 두 번 씩이나 하면서 현민을 달랬다. 하지만 현민은 이번에는 정말 화가 많이 난 상태였다. 성의 버릇을 고쳐 놓고 말겠다고 다짐을 한 현민은 빠르게 부엌으로 향했다. 성의 버릇을 고치려면 우선 성의 배를 두둑히 채워야 했기에.

- 사실 이 한편을 다 쓰고 자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의 내 상태는 이미 눈이 반은 감긴 상태이므로,
이대로는 이 글이 방향을 잃고 헤매일 것 같아-
일단 여기서 끊기로 했다.
퇴고도 하지 않고 몇 시간 만에 뚝딱 쓴 글이라-
다음 편이 궁금한 사람도 없겠지만,
그래도 난 계속 쓸테다!

by 가현 | 2008/06/30 01:20 | 다락(습작) | 트랙백

성과 현민의 이야기 - (3) 성의 시각,

 

성과 현민의 이야기 - (3) 성의 시각
 
“하아,”
 
열쇠로 문을 따는 소리에 성은 읽던 책을 덮었다. 그러고선 방금 들어온 현민의 앞에 버티고 섰다. 
 
“이제 들어와?”
 
라고 묻는 성의 말에 현민은 대답을 하지는 않고 그저 성의 얼굴만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제 들어오냐고 물었잖아.”
“보면 알잖아.”
 
라고 대답한 현민은 그대로 성을 지나쳐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성은 현민의 무뚝뚝한 대답에 자신의 말에 기분 나쁘게들리는 부분이 있는지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머리를 굴려보아도 자신의 말에선 기분 나쁘게 들리는 부분은 없었다. 
 
‘내가 생각해서 모르겠으면 물어보면 되지.’
 
라고 생각한 성은 바로 현민의 방문 앞에 섰다. 
 
“현민아, 나 들어간다.”
 
방에선 아무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지만, 성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현민아, 기분 나쁜 일 있었어?”
“아니.”
“아닌게 아닌데, 밖에서 무슨 일 있었어?”
“오늘은 그냥 좀 내버려둬라.”
 
성은 현민의 일이 궁금했지만, 다음날 아침까진 궁금증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성의궁금증은 다음날 아침에 되어도 풀리지않았다. 매일 성의 아침밥을 책임지던 현민이 그 날은 아침밥을 하지도 않고 집에서 나갔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버릇 때문에집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성은 그저 현민이 집으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엔 없었다. 그날도 현민은 늦은 밤이 되어서야 돌아다. 그렇게 엇갈리는 날이 반복되던 것이 어느새 이주일을 넘어섰다. 
 
그날도 성은 그동안 읽던 책을 마저 읽고 있었다. 열쇠로 문을 따는 소리를 들은 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들어와?”
 
여느 때와 같은 물음이건만 뭐가 어려운 질문이라고 오늘도 대답을 하지 않는 현민이었다. 성은 한 번 더 한숨을 내쉬고는.
 
“현민아,”
 
라고 불렀다. 하지만 현민은 여전히 대답을 하지 않았다. 
 
“현민아,”
“......”
“현민아, 현민아,”
“......왜?”
 
작은 현민의 대답에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띤 성은,
 
“무슨 일이 널 힘들게 하는 거야?”
“......”
“대답 안 해줄꺼야?”
“응,”
“왜?”
“너도 네가 다시 버릇이 나온 이유 말 안하잖아.”
“.그래도 난 문제가 다 해결이 되면 말해준다고 했잖아. 하지만 넌 아무 말도 없이 내 말에 대답도 안 해주고, 이유도 말 안하잖아.”
“그건 ......”
“억지부리지마, 현민아.”
“억지부리는 거 아냐.”
“너 억지부리고 있어. 너도 알잖아. 내가 말해주겠다고 한 것.”
“......”

평소 투정을 부리거나 억지 부리는 쪽은 늘 성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민이 성에게 억지를 부리고 있는 상황이라 성은 속으로 웃을삼켰다. 현민에게 그 이유를 듣는 것이 더 시급했다. 평소 차분하고 성의 형 같았던 현민이 왜 이런 행동을 보이는지 알아야했다.
 
“현민아,”
“왜?”
 
이번엔 한 번에 대답한 성은 속으로 안심했다. 그래도 이번엔 한 번에 대답을 했으니까.
 
“무슨 일이야?”
“......”
“정말 말 안 해줄꺼야? 나 궁금한 거 있으면 잡 못자는 거 알잖아. 나 정말 궁금해.”
“별 일 아냐.”
“별 일 아닌데, 내 말에 대답도 안 해주고 늦게 들어오고 그래? 내 밥도 안 챙겨주고.”
“응?”
“나 요리 못하는 거 알잖아. 나 내가 한 음식 먹었다가 병원에 실려가는 줄 알았어.”
“몇 끼나 먹었다고.”
“내가 한 음식은 한 끼만 먹어도 위험한 거 알잖아. 오늘 저녁 먹을 때는 핸드폰에 119를 단축번호로 지정해놓을 생각까지 했다고.”
“그러니까 평소에 요리 실력 좀 키워놓으라고 했잖아.”
“하지만 현민이 한 게 내가 하는 것보다 백배 아니, 천배 맛있는 걸.”
“내일 아침밥은 내가 할게.”
 
성은 현민의 대답에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다가 지금 논점은 이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현민에게 다시 물어보려고 현민을 바라보려고 했지만 이미 현민은 방으로 들어간 뒤였다. 성은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자책했다. 하지만 현민이해준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기로 했다. 솔직히 현민이 삐지거나 힘들어 성의 밥을 못 챙겨줄 때 아쉬운 것은 늘 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은 알아야했다.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인 현민이 무슨 일 때문에 힘들어 하는지를. 그러나 한 번 닫힌 현민의 방문을 두드릴 수는 없었다. 지금 대화를 시도하려고 해보았자 다시 음식 이야기로 넘어갈 것이 뻔했기에. 그러니까 내일 아침에 현민의 요리로배를 두둑하게 채우고 다시 물어봐야겠다고 다짐한 성은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성이 일어나자 약속대로 현민이 아침밥을 하고 있는지 부엌에서 요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현민의 아침밥을 준비하는소리가 너무 반가웠던지 평소에 현민이 깨워야 겨우 일어나던 성이 벌떡 일어나 방문을 열어젖혔다. 
 
“현민아,”
“응?”
 
현민이 두부를 썰다말고 고개를 돌려 성을 바라보았다. 성은 입가에 미소를 잔뜩 띠우고 있었다. 
 
“오늘 아침은 된장찌개야?”
“응,”
“맛있겠다. 빨리 먹자.”
 
식탁에 앉은 성은 어제 밤에 다짐했던 것을 떠올리며 빨리 밥 먹자고 재촉했다. 밥을 먹은 뒤엔 꼭 알아내자, 라고 재차 다짐을 하는것도 잊지 않았다.
 
“역시 현민이의 된장찌개는 맛있어! 바로 이 맛이라니까! 왜 내가 하면 이 맛이 안 나는 걸까?”
“너도 많이 해보면 될꺼야.”
“아냐, 나의 음식 솜씨는 죽을 때까지 그대로 일 것 같은 나쁜 예감이 들어.”
“아, 나 다 먹었다. 성아, 밥 다 먹으면 설거지 해놔.”
 
라고 말한 현민은 그대로 가방을 챙겨 밖으로 나가버렸다. 밥을 다 먹고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보려고 했던 성은 그대로 현민이 나간 문만 뚫어져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성의 눈빛이 대문을 뚫고 현민에게로 전해지기라도 하듯이.
 
아침밥을 먹고 설거지까지 마친 성은 이대로는 현민에게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성 자신은현민이처럼 남을 배려할 줄을 모른다. 다정하기는 해도 말이다. 항상 자신의 일에도 벅찬 성은 현민처럼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거나남에게 속 깊은 이야기를 끌어낼 자신은 없었다. 그것이 현민이라면 들어줄 수는 있지만 현민의 마음 속 이야기는 끌어낼 수는 없는것이 자신이라는 것을 성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성은 지금 상황에서 제일 좋은 방법을 쓰기로 했다. 바로 태훈에게 전화를 거는 법을.
 
“성, 네가 웬일이냐?”
“잘 지내냐?”
“그럼, 나야 잘 지내지.”
“아니, 너 말고.”
“에? 나한테 전화를 걸어놓고 누구 안부를 묻는 거냐?”
 
다른 사람이라면 충분히 기분 나쁠 대화방식이지만 성이니까 대답은 자연스러웠다. 
 
“누구긴 누구야, 현민이지.”
“하긴 네가 다른 사람 안부를 물어볼 인간이 아니지.”
“알면서 누구냐고 묻는 넌 뭐냐.”
“그나저나 이번엔 무슨 일이기에 한 달이 넘어가는데도 집 안이냐?”
“내 일엔 신경끄고 현민이 이야기나 좀 해봐.”
“매일 한 집에서 얼굴 보면서 지내는 건 넌데 왜 나한테 물어보냐?”
“늦게 들어온단 말이다.”
“늦게 들어간다고? 학교에선 빨리 사라지는데.”
“너도 몰라?”
“알아도 맨 입으로 되냐?”
“쳇. 알았어. 뭐?”
“레포트 두 개.”
“뭐? 레포트 두 개?”
“그래. 레포트 두 개.”
“젠장. 알았어.”
 
학점관리를 잘 안 할 것 같은 성이지만 지금까지 장학금을 놓쳐본 적이 없는 성에게 레포트 두 개를 도움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좋은 일이다. 
 
“현민이가 욕을 좀 먹었어.”
“뭐? 현민이가 왜 욕을 먹어?”
“그야 네가 학교를 안 나오니까.”
“내가 학교를 안 나가는 것과 현민이 욕을 먹는 것에 무슨 상관이 있다는거야?”
“그야 너랑 현민은 매일 붙어다닌 사이였으니까, 게다가 넌 인기도 많았잖아. 현민은 말도 없고 낯가림도 심해서 너랑 나 이외에는
팀별 레포트 할 때엔 빼고 이야기도 별로 해본 적 없고 학과 행사 같은 데에서도 그저 네 옆에 서있기만 하잖아.”
“그러니까?”
“네가 학교에 안 나오는 이유를 현민하고 연결시켜 오해들을 하고 있나봐. 그게 좀 충격적인 루머도 많고.”
“에?”
“그러니까 화이트데이 사건도 있고, 네 일을 현민이 하고 있다는 것도 당연히 모르겠지. 그 녀석이 너 없이 학과 아이들하고 말이나
해봤어야지.”
“그래서 현민이가 컨디션이 안 좋다?”
“뭐, 변경하기에도 지친 거겠지. 중․고등학교 때도 그런 일 자주 있었잖아.”
“또 나 때문이다?”
“네가 학교에 나오면 다 해결되는 문제잖아. 그때처럼 공식적으로 말을 할 수도 있고.”
“못 나가는 거 알잖아.”
“너 언제까지 그럴껀데?”
“나도 몰라.”
“너 그러다 현민이까지 너 떠나면 어쩌려고?”
“응?”
“현민이는 사람 아니냐? 당연히 지치고 힘들때도 있지. 그런 일이 계속 반복되다 보면 현민이라고 네 옆에 붙어있고 싶겠냐?”
“나라도 예전에 ......”
“거봐, 그러니까 나오라고.”
“......“
“아무튼 나오라고만 하면 대답이 없지?”
“아냐, 나갈꺼야.”
“그러니까 언제?”
“해결되면.”
“젠장, 항상 그런 식이지. 현민이나 제대로 추슬려라.”
“...... 알았어.”
“그럼- 잘 살아라.”
“너도.”
 
통화를 끝낸 성은 현민이 오늘도 늦게 올 것인가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고선 현민이 사다 준 머그컵에 레몬차를 타 거실 바닥에 주저앉았다. 차를 반 정도 마셨을 때에 열쇠로 문을 따는 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에 성은 주먹을 말아 쥐곤 현관에 버티어 섰다. 현이 들어오자마자 성은 바로 주먹을 뻗었다. 들어오자마자 성의 주먹을 맞은 현민은 몸을 가누질 못했다.
 
“야, 너 왜 혼자서 힘들어해?”
“......”
“내가 밖으로 나가지 않아서 네가 힘든 거라면 날 때려서라도 끌고 나가면 될 것 아냐?”
“......”
“무슨 말이라도 해라.”
"안 힘들어.”
“젠장. 너 힘들어 하는 거 다 보이거든.”
“내가 소심해서 그래. 조금만 있으면 괜찮아져.”
“그럼, 난? 네가 괜찮아질 때까지 내가 한 음식 먹고 병원에 실려가라는 거냐?”
 
너무 많이 심각해지려고 하는 대화의 방향을 바꾸려고 한 성의 의도는 성공했다. 성이 하는 음식 이야기가 나오자 현민이 웃었기 때문이다.
 
“그런 나쁜 말 같은 것 다 듣지마. 내 버릇 너도 알잖아.”
“알아.”
“아니면 그 말 하는 인간들에게 네 주먹 맛 좀 보여주던가.”
“주먹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진 않아.”
“하지만 입을 다물게는 해주지.”
“내 주먹 약한 것 알잖아.”
“아아- 또 대화의 방향이. 젠장.”
“대화의 방향이 왜?”
“내가 대화를 주도하면 꼭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더라.”
“그게 성, 너잖아.”
“그래, 이게 나야. 그러니까 너도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던 너는 너야. 정현민.”
“알아, 조금 흔들렸던 것 뿐이야.”
“정말로 조금?”
“그래. 정말로 조금.”
“이번은 넘어가주지.”
“매번 그러면서.”
“나 배고파. 밥 줘.”
“아직까지 밥도 안 먹고 뭐했어?”
“나 병원 가기 싫어.”
“알았어.”
 
현민은 성의 밥을 위해 부엌으로 들어갔다. 저 녀석은 역시 날 파출부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맞다는 생각을 하면서.

- 기말고사가 끝나자,
해방감과 함께 손가락이 근질거리더라,
글 쓰고 파서, 서점도 고프고, 공연도 고프고, 영화도 고프고,
그래서 질렀다. 글을-!
이제 성과 현민의 이야기가 세번째 단편이다.
앞으로도 주욱 이어질 예정이다.
내가 성과 현민을 놓지 않는다면- ^^

덧. 오늘 이외수의 생존법 하악하악 을 선물받았다!!
완전 행복하다-♥

by 가현 | 2008/06/23 00:36 | 다락(습작) | 트랙백

성과 현민의 이야기 - (2) 화이트 데이

 

성과 현민의 이야기 - (2) 화이트 데이


“으윽, 무거워.”

“야, 현민아.”

“아, 태훈아.”

“또냐?”


고등학교 동창인 태훈이 현민의 팔에 가득 안겨 있는 사탕을 가리키며 인사를 건넸다.


“응. 또야.”

“고등학교 때보다 더 많은 것 같은데?”

“그렇지?”

“응, 어떻게 성의 인기는 수그러들질 않냐.”

“그러게. 이거 다 배달하려면 하루 종일 걸릴 것 같아.”

“그럴 것 같네. 수고해라.”


성의 발렌타인 데이 답례품을 안고 있는 현민으로부터 태훈은 얼른 도망을 가버렸다.

성의 답례품을 현민이 들고 있는 이유는 성의 버릇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 이후로 성의 내성적인 성격이 활발해져 인기가 많아진 것은 좋으나 성의 버릇이  계속되고 있는 올해의 화이트 데이 만큼은 도망가고 싶은 심정이다. 성이 밖으로 나오질 않으니 성의 답례품 배달 또한 현민의 몫이기 때문이다. 당연하다는 듯이 답례품을 고르고 산 사람도 현민이고. 물론 돈은 성이 냈지만. 돈까지 현민이 냈다면 이번에야말로 폭발해버리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이러니까 현민이 속 좁은 사람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그 답례품이라는 것이 한 두개가 아니다. 두 팔 가득이니까.

현민이 성의 답례품 배달을 도망가고 싶어할 정도로 싫어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이런 상황 때문에.


"고마워. 그런데 저기 난 이미 마음에 둔 사람이 있는데.“

“이거 내가 주는 거 아냐. 성이 주는 거야. 발렌타인 데이 답례로.”

“응?”

“이거 답례라고. 성의”

“아, 고마워.”


답례품을 받은 여자는 얼굴이 빨개진 채로 도망가 버렸다. 이런 상황이 한 두 번이 아니기에 현민은 도망가고 싶어하는 것이다. 학교 내에서도 성과 현민이 친구 사이라는 것을 다 알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여자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오늘이 화이트 데이이기 때문이리라. 당연히 문제의 원인은 성이고.


“하아, 성 이자식! 집에 가기만 해봐. 발로 차줄테다.”


지금쯤이면 현민이 성에게 고백한 여자에게 사탕을 주었다는 것이 학교 내에서 부풀려져서 돌아다니고 있을 것이 뻔하다. 고등학교 때에도 이것 때문에 엄청 애를 먹었으니까.


“야, 또냐?”

“아, 현민이다.”

“나 현민인거 여기 모르는 사람 없으니까, 물은 말에나 대답하시지.”

“아, 으응. 그러니까 이거.”

“그게 뭔데?”

“발렌타인 데이 답례품.”


고등학교 때의 성은 학교 내 킹카였다. 매일 신발장에 러브레터와 선물들이 쏟아지는. 게다가 성이 자상한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편지와 선물에 일일이 답을 주었다. 그러니까 옆에 있는 현민이 괴로울 수밖에.

현민은 성의 옆에 산처럼 쌓여있는 사탕 더미를 바라보았다. 성의 말에는 설마, 하는 마음을 가지고 성에게 물었다.


“이거 뭐 어쩌라고?”

“난 밖에 못 나가니까 네가 대신 배달 좀 해줘.”

“뭐?”

“배달 좀 해달라고.”

“누가? 내가?”

“응. 네가.”


성의 말에 현민은 경악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성이 답례품이라고 말하는 것들이 한 두 개가 아니라 말 그대로 산이었다. 그것을 배달하려면 하루 종일이 걸릴지도 몰랐다.


“지금 이것들을 나보고 가져다주라고?”

“응.”

“내가 왜?”

“내가 밖에 못 나가니까. 그리고 넌 내 친구잖아. 그러니까 대신 배달 좀 해줘.,”

“이걸 다?”

“응.”

“싫어.”

“응? 왜?”

“싫으니까.”

“현민아~ 응? 나한테 너 밖에 없잖아. 배달 좀 해주라.”


또 나왔다. 성의 애교가. 현민이 성의 애교에 넘어가기라는 것을 알고 있는 성이 마음 먹고애교를 부리면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현민이었다.


“하아, 알았어. 대신 조건이 있어.”

“뭔데? 다 들어줄께.”

“피자. 큰 거 두 판.”

“응. 응. 알았어.”


이렇게 해서 다음날 사탕더미가 현민의 두 팔에 안겨 있게 되었다. 현민은 성의 애교와 먹을 것에 약한 자신을 탓하면서 쉬는 시간마다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성의 답례품을 배달해야했다.


“고마워. 난 네가 날 좋아하고 있는 줄은 몰랐어. 하지만 난 이미 마음에 둔 사람이 있어.”


여자아이의 말을 들은 현민은 미치고 팔딱 뛸 노릇이었다. 솔직히 그 여자아이가 자신의 타입도 아니었거니와 성의 답례품을 가지고 생색을 내는 성격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평소 성의 앞이 아니면 학교에서는 말을 아끼던 현민이었기에 여자아이가 오해할 소지는 충분했다.


“아, 그게 아니고 이거 발렌타인 데이 답례품이야. 성의.”


현민의 말을 들은 여자아이는 답례품을 받아들고 얼굴이 빨개진 채로 뛰어가 버렸다.


“하아, 이제 하나 남았나.”


현민은 성에게 얻어먹을 피자를 생각하며 배달을 다 끝냈다. 다음날 성에게 좋아하는 피자를 두 판이나 얻어먹은 현민이 학교에 나왔을 때는 뒤에서 소곤거리는 아이들의 말을 흘려들을 수 없었다.


“재야. 재. 재가 성과 삼각관계라더라.”

“뭐야? 평범하게 생겼는데?”

“그러니까 말이지. 감히 누굴 넘봐?”

“저런 애랑 성이 어떻게 친구냐.”


여자의 자존심은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고 했던가. 성의 버릇은 두 달이나 성을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였고, 그 두 달 동안 현민은 여자의 자존심을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 지 사무치게 느끼게 되었다. 그러니 현민이 성의 답례품 배달을 싫어하는 게 당연한 것이 아닐까.

그 후로 성이 학교에 나오기 전까지 현민은 각종 루머에 시달리게 되었고 여자 아이들의 괴롭힘도 받아야했다. 이런 사정들은 성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자신의 문제를 털고 학교에 나왔을 때에야 듣게 되었다. 성이 공개적으로 설명을 했으니 망정이지 안 그러면 현민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다른 학교로 전근까지 생각해야 할 정도였다.


오늘이 화이트 데이이고, 오랜만에 같은 일을 당해서 일까. 예전의 일이 생각나버렸다. 그때에는 정말 성이 미워졌었다. 하지만 그것도 다 추억이라는 생각이 들자 웃을 수밖에 없는 현민 이었다. 현민은 줄어들 기미가 안 보이는 성의 답례품을 오늘 하루 동안 다 배달할 수 있을지 생각을 하며 다음 여자아이를 찾아 나섰다.


- 성과 현민의 이야기 두번째 입니다!
물론 이것도 초단편이고요, 얼마 전이 화이트 데이인데다가,
어제 14일이라는 제목의 단편소설을 보아서,
화이트 데이에 관련된 이야기가 써보고 싶더라고요,
물론 이것도 퇴고가 필요한 완성작이 아닙니다, 그러니 말 그대로 습작이지요,
그래도 성과 현민의 이야기가 하나 하나 그려지길 바라고 있어요,

덧. 오늘 글 두개를 썼더니 머리가 텅 비어버린 것 같기도 하고,
조금 혼란스럽기도 하고 그러네요, 작가님들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온에어 정말 너무 재미나요!

by 가현 | 2008/03/20 06:04 | 다락(습작)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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